주방에서 칼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토마토 껍질이 한 번에 잘리지 않거나, 대파를 썰었는데 끝부분이 붙어 있는 일이 생깁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보통 같습니다.
“칼이 무뎌졌나?”
물론 칼날이 무뎌진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방에서 오랫동안 칼을 사용해보면 단순히 오래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칼이 잘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칼날 상태부터 도마, 보관 방법, 평소 사용하는 습관까지 영향을 줍니다.
저 역시 여러 조리 환경에서 칼을 사용하면서 비싼 칼이라고 항상 오랫동안 날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오히려 어떤 칼을 사용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칼날이 무뎌진 것과 날이 틀어진 것은 조금 다릅니다
칼이 잘 들지 않으면 바로 숫돌부터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칼날을 자세히 보면 실제로 날 자체가 닳은 경우도 있고, 아주 미세하게 한쪽으로 휘거나 정렬이 흐트러진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무조건 많이 갈아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은 아닙니다.
칼을 갈면 금속을 조금씩 제거하면서 새로운 날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자주 연마하면 칼의 수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절삭력이 떨어졌다고 느껴진다면 먼저 칼날에 이가 빠진 곳은 없는지, 한쪽으로 미세하게 변형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좋습니다.
도마 때문에 칼이 빨리 무뎌질 수도 있습니다
칼만큼 중요한 것이 도마입니다.
칼날은 식재료를 통과한 다음 결국 도마에 닿습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단단한 표면을 계속 사용하면 날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리나 돌처럼 단단한 표면에서 칼질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나무나 적절한 재질의 합성 도마처럼 칼날이 닿았을 때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아주는 도마가 일반적인 조리에 더 적합합니다.
좋은 칼을 구입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무뎌진다면 칼 자체만 보지 말고 지금 어떤 도마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칼로 식재료를 밀어내는 습관도 확인하세요
요리를 하다 보면 썬 재료를 칼 옆면으로 모으거나 도마 위에서 옆으로 밀어내게 됩니다.
문제는 칼날을 세운 상태에서 날 부분으로 도마를 긁듯이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이 동작이 반복되면 얇은 칼날 끝부분에 불필요한 힘이 가해집니다.
재료를 옮길 때는 가능하면 칼의 옆면을 이용하거나 스크레이퍼 같은 별도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매일 칼을 사용한다면 차이가 쌓입니다.

식기세척기에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주방칼을 다른 식기와 함께 식기세척기에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칼을 오래 사용하려면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닙니다.
세척 과정에서 다른 식기와 부딪힐 수 있고, 세제와 높은 온도 등의 환경도 칼과 손잡이 재질에 따라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용한 칼은 가능하면 바로 세척하고 물기를 닦은 뒤 건조해 보관하는 것이 가장 간단합니다.
특히 탄소강처럼 녹에 민감한 칼은 물기를 오래 남겨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숫돌과 샤프너, 무엇을 사용해야 할까요?
가정에서는 간편한 샤프너를 많이 사용합니다.
홈에 칼을 넣고 몇 번 당기는 방식이라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숫돌은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숫돌이 좋고 샤프너가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간편한 관리를 원하는 사람과 직접 칼날 상태를 조절하면서 연마하려는 사람의 선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필요 이상으로 자주 칼날을 갈아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숫돌과 샤프너의 차이는 내용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비교해보겠습니다.
잘 드는 칼은 요리하기도 편하고 안전합니다
무딘 칼이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잘 들지 않는 칼로 단단하거나 미끄러운 식재료를 자르면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게 되고, 칼이 식재료 표면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적절하게 관리된 칼은 많은 힘을 주지 않아도 원하는 위치에서 절단하기가 수월합니다.
그래서 저는 칼을 선택하는 것만큼 현재 가지고 있는 칼의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칼이 예전만큼 잘 들지 않는다면 바로 새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한번 확인해보세요.
칼날이 실제로 무뎌진 것인지, 도마가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은지, 보관과 세척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평소 칼날로 도마를 긁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생각보다 칼 자체보다 사용 습관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